이 포스팅을 쓰려고 마음 먹기가 참 힘들었다.
결국 논의 끝에 활동을 끝까지 이어가기로 한 아이즈원은 '블룸아이즈'를 들고 다시 대중 앞에 찾아왔다.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지나치게 복귀에 대한 기쁨을 드러내지도 않았던 아이즈원은 담담히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3개월 전 미리 녹화해뒀던 '단독 컴백쇼'에서와는 달리 지난 한 주 동안 이어졌던 음악방송 속에서 아이즈원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본래 높은 퍼포먼스 실력을 자랑했던 그룹이었지만, 역대급으로 화려한 볼거리로 꾸며진 '피에스타'의 무대에선 간절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공백기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큰 이팩트를 주는 건 아무래도 곡과 무대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아이즈원의 팬들 또한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음반 판매 수량 35만 장을 돌파하며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1위라는 대대적인 기록을 선물했다. 컴백 직후엔 앨범의 수록곡 전부 차트인에 성공하며 막강한 팬덤임을 입증했다. 그룹을 둘러싼 갖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더욱 단단히 뭉쳐 아이즈원의 디딤돌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곡의 구성은 프리코러스로 끝나던 앞의 두 곡(라비앙 로즈, 비올레타)과는 확실한 코러스(반복되는 훅)이 생겼다는 점만 빼면 상통한다. 하우스 장르로 시리즈의 일관성 또한 유지했다. 다르게 말하면 세 앨범 연속으로 타이틀 곡의 구성, 편곡이 비슷해서 곡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뻔히 알겠는데도, 계속 듣고 싶고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이즈원의 'Flower 트릴로지'의 대미를 장식한 '피에스타(Fiesta)'. 논란 없이 안정적으로 트릴로지를 완성시켰다면 더 큰 사고를 쳤겠다.
사실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누군가는 "불공정"을 말하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누군가는 "멤버들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며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냐는 개개인의 범위의 문제일 뿐, 틀린 주장은 없다. 아이즈원 또한 그룹을 유지하는 혜택을 얻은 반면, 평생 붙여질 '조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말았다. 활동 재개에도 득과 실이 분명했다. '피에스타'는 팬들뿐만 아니라 대중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명곡이다. 또 데뷔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그룹이 만들어낸 퍼포먼스라고 보이지 않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블룸아이즈'엔
그동안 아이즈원이 겪은 노력과 수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11월의 그 사건 이후로 아이즈원에 대한 관심을 일체 끊어야겠다고 은연 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돌업계에서 서바이벌 주작사건이 이렇게 대대적인 로 수사가 진행된 것도 처음 보았고, 실제로 메인피디는 주작했다고 진술하였다. 프듀시리즈의 모토인 소녀, 소년들의 국민프로듀서가 안준영이었고 우리는 단지 그가 벌인 판에서 놀아나야 했으며 직격탄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아이즈원에게로 향했다...
멤버들이 몰랐든 알았든 어쨋든 주작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의도치 않게 예측득표수가 많을 거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데뷔조에서 탈락한 피해자는 분명히 발생하였다. 아이즈원 활동재개를 선언하기 전까지 주작 멤버가 누구인지 추측하는 글과 영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동안 투표를 많이 받고도 탈락하여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원래 자기 자리일 수도 있었던 아이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밝게 웃으며 칼군무를 보여주는 아이즈원의 모습이 불편해지기까지 했었다. 실제 최종 순위발표식 투표 집계를 공개하지 않는 한 주작멤버는 어디까지나 추즉일 뿐 사실을 알 수 없다. 최종 순위발표식 투표 집계만 하면 끝날 일을 왜 공개를 안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공개 여부는 기획사 눈치 볼 것 없이 검찰과 경찰의 재량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지만, 누구는 주작멤버였고 누구는 안준영PD가 주작하지 않았어도 원래 데뷔조였을 멤버다. 이런 식으로 양분되는 것은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공백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아이즈원 멤버들도 위즈원 분들도 충격도 크고 맘고생 심하셨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중도 많이 충격도 받고 배신감이 크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의 편에 서지도 못했고 양측의 의견을 들으려는 생각도 안해보았고 그냥 숨어버렸다. 무서웠다. 내가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투표라는 희망고문으로 주작판에 그들을 떠민 것만 같았고 솔직히... 외면하고 싶었다.
약간 TMI로 이후에 방송된 퀸덤 때도 투표는 믿지 않았다. 믿지 않아서 보지도 않았는데 역시나 1회 투표에서 가수들끼리 위 아래를 각각 하나씩 선택하는 총합이 최소0표에서 최대5표까지만 받는 그 간단한 숫자도 취합 못해서 오류가 났는데 그보다 훨씬 더 큰 인원의 현장 방청객과 문자, 온라인 투표집계는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그냥 그들의 공연만 시청하는 수동적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었다.
프듀101 시즌1부터 시즌4까지 나는 본방은 못보더라도 매주 관심이 가는 아이들의 무대는 즐겨찾기까지 해두고 네이버동영상과 유튜브로 늘 챙겨본 프듀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고, 지금도 그들의 꽃길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아이오아이 - 워너원 - 아이즈원 그리고 엑스원까지 이어지는 프듀시리즈를 겪으며 나는 미묘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고 그래서 시즌3와 시즌4 온라인 투표는 일체 참여하지 않았다. 내가 프듀 투표 시스템에 의문을 느끼고 프로그램의 공정성 유무에 회의감이 증폭되고 데뷔조 선발방식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낮아진 상태에서도 여전히 프듀48의 애청자였던 이유에 대해 얘기를 시작하려 한다.
우선 아이오아이가 탄생한 시즌1에서는 우리 소미가 1등으로 데뷔하는 것이 목표였어서 누가 아깝게 떨어졌고 누가 주작으로 붙었고 하는 가십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나의 최애가 붙었고 다른 멤버들도 정도는 다르지만 모두 마음이 갔다. A 멤버 대신 B 멤버가 되었어야 하는데라는 경솔한 생각보다는 모두가 기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 맘 속에 불신이 싹튼 건 시즌2 워너원 멤버에 김종현이 포함되지 않은 데에 대한 충격 때문이었다. 종현이가 원래 워너원이고 누가 워너원에 종현이 대신 들어갔다는 식의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보이그룹 대표곡 커버 미션 때 미안행어벤져스를 이끈 건 황민현의 선구안과 김종현의 리더십이 멤버들의 능력치를 극강으로 이끌어 완벽한 케미를 맞췄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김종현의 최종투표순위는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재능과 따뜻한 인품까지 갖춘 호감형 캐릭터로 순위권 내에 무사히 안착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은 놀라운 결과였다.
14위 발표 전 4분할 캡쳐
보아: "플레디스..."
사람들: (웅성웅성 수근수근 속닥속닥)
"김종현 연습생입니다."
"감사합니다.."
깜짝 놀란 트레이너들과 멘붕 온 같은 소속사 주결경
아마 프듀 시즌2 첨부터 끝까지 본 사람들 이라면, 김종현은 1위도 했었고 여태까지 줄곧 순위가 11위 안이었기 때문에
최종 11인 리더자리는 김종현이 따놓은 당상 이라고 생각한 사람들 많았을 듯하다.
그래서 시즌3부터는 투표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듀시리즈 주작 논란이 일부 사실로 밝혀진 가운데, 각 그룹 팬덤 입장에서 나처럼 투표는 안하면서(시즌1,2는 무료 온라인투표만 함)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는 사람은 진짜 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론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은 언제나 겸허히 수용할 예정이다. 나는 내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나의 덕질의 범위 내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돌을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
처음 원영이를 본 순간, 얘는 무조건 데뷔하겠구나 싶었고 '아이오아이 - 너무너무너무' 커버 미션에서 그룹 내 센터를 차지하며 '소리질러~~!'하면서 센터로 직행할 것을 예감했었다. 프듀48 출연자 중 최연소 나이, 최장신, 헉 소리 나는 외모와 철철 흘러넘치는 끼와 매력 등 굉장히 피디의 분량 편애를 받을 만한 요소들이 많은데 그에 비해서 분량은 많이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 소녀의 인기의 근거를 찾자면 그녀의 스타성과 실력이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채연이는 그리 관심이 없다가 프리댄스로 관심이 확 갔고 초반에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회차가 지날 수록 움츠러들고 숨으려는 듯 보여 안쓰러웠다. K팝스타 시즌3 당시 박진영이 채자매의 춤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온전히 공감하지도 못했고, 식스틴 때도 16명 중에 인기 순위가 높은 편은 아닐 것 같았으며 나도 투표를 한 적이 없다(박진영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제일 빨리 탈락할 줄은 몰랐지만). 기획사별 레벨 테스트 당시 쌍꺼풀수술을 하고 나타난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고 이전의 무쌍이 더 유니크하고 예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식스틴 때보다 급성장한 노래와 춤 실력을 첫 등장만으로 증명해보인 채연이가 마냥 예뻤다.
그리고 눈에 띈 멤버는 바로 은비였다. 토끼같은 외모에 약간 나쁘게 말하면 코끝이 조금 들려 있는 돼지상이지만 크고 맑은 눈망울과 도톰한 입술이 토끼같은 상큼한 미모를 돋보이게 했고, 교복을 입어도 감춰지지 않는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회부터 캐리어 속에 일본어 길잡이와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잔뜩 들고 오고, 같은 소속사 연습생들을 알뜰살뜰히 챙기는 맏언니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채연이랑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듯한 방송 편집 방향이 약간은 노골적으로 밀어준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지만 눈에 띄는 외모와 실력으로 올라운더의 면모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아이즈원의 다른 멤버들은 매회 미션을 수행하고 완수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인성이나 태도, 그리고 실력의 재발견으로 눈길이 갔다. 탈락한 멤버 중에 가장 아쉬웠던 멤버는 한초원이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멤버가 한 명 쯤은 있을 것이고 이는 너무 억울하다거나 분하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솔직히 안준영PD의 구속과 주작 인정으로 아이즈원은 주작돌 오명을 피하기 힘들다. 내가 프듀1에 비해 프듀48은 일본인연습생들이 경연에 포함된 이유가 납득이 되질 않아서 기획 당시부터 사실 프듀48은 안볼거야!! 라고 했지만 흰색 스키니진과 오프숄더를 훌륭하게 소화한 원영이의 성장과정이 궁금해서 관심이 계속 갔다. 윙크를 하면 지구의 반이 접힐 것만 같은 천상계 미모는 아무리 100% 투표가 아닌 사전조작된 1위라고 해도 센터몫을 지금까지는 충분히 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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