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경험] 갈비뼈 골절 시 겪는 생활 속 고통...
몇년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여름날이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난
렉카차를 들이받은 운전자의 실수로 교통사고를 겪게 되었고,
갈비뼈 연골 8개에 금이 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실 CT에서도 detection되지 않았던 골절이었기에
(급성기라서 바로 나오지 않은 것이고 추후 f/u과정에 찍은 CT에서는 골절소견이 보였지만)
내가 아프다고 아무리 통증을 해도
동승을 했던... 어쩌면 나의 사고에 가장 많은 책임이 있었던
운전자조차도 나의 통증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데 단 한 분, 나의 고통을 믿어주신 분이 바로
흉부외과 교수님이었다.
마침 흉부외과 수업을 들을 때라서
강의 사이사이에 쉬는 시간마다 나를 들여다 보신 바로 그 교수님...
진짜 억울했던 기억이 난다.
기침을 할 때도 아프고
침을 삼킬 때도 아프고
사레가 들릴 때도 아프고
딸꾹질을 할 때도 아팠다.
밥을 먹을 때도 아팠고
움직일 때는 당연히 아팠다.
웃을 때도 아프고
울 때도 아프고
아프면 또 울게 되었다.
그런데 울면 또 아프다...
특히 괴로웠던 건
잠을 자기 위해 누울 때
일정 각도가 되면 굉장히 아팠다.
뿐만 아니라 자다가 조금이라도 뒤척이면
극심한 고통에 깨어나 새벽의 어둑어둑함을 맞이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멍이 든 것도 아니었고
다친 부위에 약간의 압통이 있었긴 했으나
평소에 워낙 예민했던 터라 나조차도
숱한 검사결과에 골절이 나오지도 않는데,
지속적인 가슴 통증은... 내가 예민한 탓이려니 했다.
빗길에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다가
렉카차가 빠른 속도로 내 눈앞으로 다가올 때
진짜 파노라마처럼 삶의 기억이 스쳐지나가는 아찔한 경험.
운전석에만 에어백이 터져서
나는 에어백의 도움을 받지 못했었다.
부상이 그 정도인 게 다행이었다.
차는 범퍼라고 해야하나... 그 부분이 완전 찌그러져
결국 폐차를 하게 될 만큼 부서졌었으니까.
사고 당시에 나는 극심한 고통에
말을 일시적으로 하지 못했었다.
렉카 차에 타고 계시던 아저씨 세 분이 뒷목을 잡으시며
내가 타고 있던 차량으로 다가오는 것이 눈앞에 보이는데
나는 아무말도 못했다.
그 분들의 뒷목 통증이 꾀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냐면서
이 렉카차가 얼마인지는 알고 부딪힌 거냐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가 탄 차로 다가오시다가
가까이 와서 나의 표정과 상태를 보시고는
119를 급히 불러주실 정도로 나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차 앞에서는 연기가 눈 앞을 가리는데
온 몸이 마비된 듯 멈춰버리는 그런 아찔한 경험...
조수석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서
몸이 튕겨져 나갈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안전벨트가 있어서 튕겨나가지 않은 것 같다고
주치의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말을 못하는 증상은 돌아왔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게 내장성 통증인지 근골격계 통증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던
아직 의학지식이 부족했던 그때의 난
마냥 무서웠었다.
이 통증이 언제까지 갈 지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2주가 흘렀다.
흉부외과 교수님께서 아주 많이 아플 거라고 하시며
진통제 계속 맞으면서 입원해서 상태를 관찰해보자고 하셨는데,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괜찮다고 했다.
x-ray, CT, MRI까지 전부다 찍어봤는데
아무런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너무 아팠다.
엄살인 걸까... 혼란스러웠었다.
그러자 부모님과 교수님을 제외한 모두가
내가 아프다고 얘기하는 게 조금 과한 거 아니냐는
그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니까 그랬겠지....
이게 죽을 만큼 아프지는 않았는데,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
cast를 할 수도 없는 위치인데다가
무엇보다 나는 검사를 너무 빨리 하는 탓에
급성기 골절은 CT에 나오지 않아서
다친 곳도 없는데 아프다고 한다는
그런 소리나 들어야 했었다;;;
그런 대수롭지 않아보인다는 퉁명스러운 시선이... 생생하다.
당시 사고로 인해 신체적으로 겪었던 통증보다
"아픈척 하는 거 아니냐"
"남에게 잘보이려고 약한 척 하는 것 같다"는 식의 막말이
내 마음을 더 후벼팠던 서글픈 기억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 시선이... 날 더 아프게 했고 억울했다.
난 정말 아팠으니까.
그런데 교수님께서
힘들더라도 한 번만 검사를 더 해보겠냐고 권유를 하셨다.
안 다쳤는데 이렇게 아플리가 없다며....
결국 마지못해 PET CT를 찍게 되었다.
"마지못해" 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교수님과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의 통증을 믿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의견들 사이에 내가 둘러싸여 있으니
나조차도 내가 꾀병인가... 좌절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교통사고가 난 지 2주 후에 찍게 된 PET CT에서
갈비뼈 8개에 골절 소견이 나왔다.
정확하게는 뼈가 아니라 연골이 양쪽으로 4개씩 8개가 부러졌더라...
혹시 오해가 있을 까봐 미리 얘기하자면
검사가 늦어진 이유는
병원에 나보다 더 위급한 환자들의 검사스케쥴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고
일단 내가 통증이 있다고 말을 너무 늦게 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며칠간 말을 못했기 때문에...
표정으로 얘기하는데 어떻게 나의 의사가 전달이 됐겠나....
그리고 이 정도 속도는 결코 검사를 늦게 한 속도가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교수님은 곧바로 입원을 권유하셨고,
마약성 진통제를 IV로 맞으면서 지낼 수도 있었지만
그냥 내가 조금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입원도 못하고
사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서
선배님들께 괜한 일거리를 추가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조금만 조심하면 되니까...
참고로 갈비뼈 골절은 절대적인 안정과 진통제가 치료이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특별한 경우란
갈비뼈가 4-5개가 동시에 부러져서 숨을 쉬기 힘들다거나
아니면 어긋난 갈비뼈가 안쪽으로 들어가 장기를 손상시킨 경우...
대부분은 손상 당시의 상황으로 응급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일단 나는 수술의 적응증은 아니었어서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일상생활에서 최대한 안정을 기했다.
매주 외래 진료를 보면서 경과를 관찰했고
고통이 심할 경우엔 잠깐 진통제를 정맥주사로 맞으며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을 감내했었다.
치료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진 이유는
보통 통증은 1~2개월 지속된다고 하는데,
통증으로 인해 내가 당시에 뭘 잘 먹지를 못했어서
뼈가 조금 늦게 붙은 탓도 있었다.
보통 갈비뼈는 어긋나더라도 안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내가 고통을 꾹 참고 이겨낸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였다.
통증이 지속되는 1~2개월 동안은
통증 완화를 위해 진통제 복용, 물리 치료,
압박(산모들이 배에 두르는 대에 의한 고정) 등의 치료를 하며,
x-ray도 자주 찍어볼 필요도 없다.
달리 얘기하면 진통제와 절대적인 안정 외에는
사실 특효약은 없는 그런 짜증나는 고통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갈비뼈 연골에 금이 간 것이지
갈비뼈에 골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생활 속에서 정말 많이 불편했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런 통증이었다.
비록 안전벨트가
사고차량을 폐차시켜야할 만큼 강한 충돌사고로부터
나의 목숨 하나를 살렸지만,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안전벨트 라인을 따라 연골이 부서진 것을 알게되고 난 후부터는
괜히 벨트만 보면 짜증도 나고
밥도 먹기 싫고(음식을 삼킬 때마다 아프니까)
결국 거의 마시는 제형의 유동식으로 몇 개월간 그렇게 살았다.
갈비뼈 연골이 부러졌던 사고는
나에게 그렇게 좋은 기억이 아니어서
정말 가까운 사람들 외에는
갈비뼈 연골 8개가 골절되었던 이 날의 경험을
잘 꺼내지 않았었다.
당시 나에겐 "아픈 척한다, 약한 척한다"는
주변의 서늘한 시선도
나에겐 비수가 되었기 때문에...
근데, 이번에 16개월 아기가
입양가정에서의 고된 학대로 인해
갈비뼈 여러개가 골절이 되었다고 한다...
성인이 갈비뼈 연골이 부서졌을 때 겪은 고통을 내가 알기 때문에
갈비뼈 골절이라니...
그것도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나는 교통사고로 연골이 부서졌다지만....
교통사고보다 더한 외력을
아기에게 꾸준히 가해온 악마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니...
이게 무슨....
이번 사건은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소아과 의사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고 철저하게 아이를 입양 가정에 방치해버린
정말 마음아픈 사건이기에...
좌절감과 답답함이 좀처럼 희미해지지 않는 것 같다.
"원래 조용한 아이다."
"원래 잘 울지 않는 아이다."
양모가 정인이에게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원래 악마라서"
그러한 폭력이 학대이고,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라는 걸
이 사람에게 기대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 참고 자료 >
※캡쳐 화면 기사 원문 : www.ytn.co.kr/replay/view.php?idx=29&key=20210113233810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