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웬티 트웬티. 진짜 솔직히 말하면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건 에이틴의 연장선에 있는 연플리 시리즈의 신작이기 때문이기 때문이었고, 제2의 제니라고 언플하는 여주인공 역할의 한성민 배우분이 대체 제니랑 얼마나 닮았길래... 하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마지막화 1회차를 남겨둔 이 시점에 갑자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그냥 단순한 웹드라마를 보는 것 뿐인데 이유 없이 계속 마음이 먹먹해져서 20분 남짓한 길이의 영상을 보는 내내 숨을 죽이고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내겐 좀... 의미가 있어서이지 않은가싶다.
실은 제목만 보고 20대 뿌시래기들의 심장이 두준두준하는 하이틴연애물일 거라고 생각했어서 가볍게 보려고 보기 시작한 건데, 회차가 하나하나 넘어갈 수록 뭔가 그 울컥하는 감정과 알 수 없는 아려오는 마음 한 구석이 사실 좀 불편했다.
아마 엄마와 여주인공 다희(채다)가 서로의 서툴었음과 크고 작은 잘못이 뒤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해서 감정이 고조되다가 19화에서 솔직하게 각자의 감정을 터놓고 오해와 불신을 풀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라 뭔가 나도... 그렇게 해 보고 싶어졌다.
"엄마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사실 일부의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맞는 말일 때가 많다. 근데 나의 경우에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그렇고... 아이는 점점 커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가는데, 엄마 눈엔 그런 아이의 성장보다는 계속 엄마품 안에서 보듬어줘야하는 그런 연약하고 지켜줘야하는 그런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아마 그건... 아무래도 세상이 흉흉하고 각박해지고, 다양한 또라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눈으로 보고 직접 겪기도 하는 등 부정적 경험의 축적된 산물일 것이기에 자식을 보호하려는 부모의 잘못된 애착관계가 한편으로는 짠해서 마음이 아프다.
채다의 엄마가 딸에게 보이는 무서울 정도의 강압적인 태도와 스토커 수준의 집착은 시작이 아이에 대한 열렬한 애정이었을 지 모르겠지만, 20살이 된 딸에게 보이는 정상적인 태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 엄마가 처음부터 그런 이상한 사람이었을까?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부턴 나의 뇌피셜이지만, 채다의 나이가 본인(엄마)이 생각하는 본인의 아픔(미혼모가 된 계기)이 시작된 나이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엄마는 딸을 그 위험(?)으로부터 멀어지도록 더 강하게, 더 자주 딸을 쉴새없이 푸시했다. 그런 생활을 감내해왔던 딸이 대학교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끝내 자아에 대한 각성을 하게 되면서 엄마와의 갈등이 시작된다.
연플리가 웹드라마를 잘 만드는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번 트웬티 트웬티는 진짜 역작이다. 여주와 남주 썸과 연애, 여주와 서브남주와의 우정 혹은 애증과 같은 20대의 사랑, 상처, 꿈을 다룬 단순한 스토리일 줄로 예상했던 나의 세상 단순했던 예측을 살벌하게 빗나가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
모녀간의 미묘한 갈등만 위주로 그리는 뻔한 스토리도 아니고, 여주의 아픔 뿐만 아니라 남주와 서브남주도 각각의 개인적인 슬픔이 있다. 어찌보면 나름 무거운 분위기로 축축 처질 수 있지만, 보현, 예은 등 훌륭한 서브들이 분위기를 상큼하게 이끈다.
공일즈의 귀염뽀짝한 모먼트는 매회차에서 감초같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전개가 무겁고 아슬아슬하게 흘러갈 때쯔음 기분이 우울할 때 먹는 초콜릿 한 입처럼 달콤함으로 다시 이야기의 중심을 refresh한다. 그리고 세상 쿨한 여주친구 백예은은 일단 무엇보다 낄끼빠빠를 잘하는 진짜 좋은 친구다. 예은이를 만나면서 채다가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고, 쿨한 그녀의 언행은 드라마 속에서 채다에게 알게모르게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는 그런 장치인 것 같다.
그런 예은을 좋아하는 보현이는 남주 현진이의 절친으로, 속이 깊어서 남을 잘 챙기고 돌보는 듯 보이지만 눈치가 없는 허당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구 귀염뽀짝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꽤 많은 보현이는 어쩌다 가끔 눈치가 생기기도 해서(?) 스토리상에 있어서 윤활제 역할을 한다.
스토리가 많으면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여러 관점에서 조명해 볼 수 있고 일단 내용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장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하나로 엮어서 풀어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다루고 싶은 내용이 많을 수록 이야기의 전개가 산으로 가기 쉽상이고 또 연결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번 연플리 시리즈의 신작인 '트웬티 트웬티'는 그 연결이 매우 매끄럽고, 아름다운 영상미에 더해져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평가를 내렸던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제2의 제니라는 수식어가 여주인공의 외모에 붙는다는 것이 내가 제니를 좋아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솔직히...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못된 심보도 이 웹드라마를 보는 데 어느 정도 공헌을 했다. 물론 역설적으로 보기 싫은 데에 공헌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데 회차가 하나 하나 넘어갈 수록 연기력이 느는 게 보이고, 이 여주인공이 울어서 퉁퉁 부은 눈, 답답한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는 장면 등 굉장히 섬세한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2의 제니'라는 말에 호기심과 의아함을 갖고 다소 불편한 첫인상이었던 그녀가 집중 있게 연기하는 모습과 그녀 자체로 개성 있고 예쁜 외모로 더 좋게 다가온 것은 아마 '제2의 제니' 라고 언플한 마케팅이 나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제니 닮았다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녀를 향한 시선이 한 번쯤은 더 가게 될 테니까.
그런데 무심코 바라본 시선을 사로잡는 힘은 그녀의 연기력에 있었다. 아무리 관심을 끌면 뭐해... 연기를 잘해야지. 근데 트웬티 트웬티 초반 회차의 연기력은 사실 캐릭터가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무표정에 안절부절하는 모습,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로봇이 말하는 듯한 딕션이 그냥 떠오르는 CF스타를 웹드라마에 앉혀 놓은 건가...하는 비뚤어진 시각도 솔직히 거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회차가 넘어갈 수록 그녀를 보는 내 마음과 내 눈빛이 달라졌다. 연기력이 향상된 건지, 캐릭터 분석을 잘해서 초반의 무표정한 표정이 의도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우는 장면에서 포텐이 장난이 아니다. 단순히 울부짖는 장면을 연기할 때 신인배우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그냥 소리만 지르고 분해 하는 그런 강렬한 감정이 시청자에게 화면 밖까지 전달되지는 않는 그런 연륜이 조금 부족한 모습을 종종 보이는 것인데,(물론 그것마저 신인의 풋풋함으로 비춰져 귀여워 보일 수도 있지만) 한성민 배우는 달랐다.
이 분이 데뷔를 언제하셨는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웹드를 통해 처음 본 분인데도, 억압되어 있다가 폭발적으로 분출해 내는 그 울분이... 진짜 흡입력 있었다. 엄마의 간섭을 비롯한 본인을 옥죄는 모든 족쇄를 풀어내고 싶어하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선을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얼굴을 완전 일그러뜨리고 연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모습이 정말 예뻐보이기도 했고... 내가 언제부터 저렇게 얼굴 막쓰는데도 예쁜 연예인에 빠졌는지 참... 나도 모르겠당. 나는 얼굴 막쓴 적이 없는데도, 남이 보기엔 막쓴 것처럼 보여서 그런가...갑자기 슬프당ㅠㅠㅋㅋㅋ
나는 약간 좋아하는 범위가 다양한 듯하면서도 뭔가 싫어하는 것은 아주 확실하게(?) 싫어해버리는 스타일이라서 한 번 꽂히면 엄청난 극혐이 나오지 않는 한 꾸준히 보는 편이다. 본방을 보지 못하면 재방이라도...^^ 사실 연플리에서 그동안 많은 신작이 꾸준히 나왔고 나도 그것들을 보면서 공감도 많이 했고, 재밌게 봤지만 아주 약간?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현실을 다루는 느낌이 들어서 어느 순간부터 그냥 습관처럼 클릭했던 것 같다.
그래도 재미가 있으니깐 본 것이긴 한데 연플리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면 그건 좀 아닌... 뭔가 권태기(?) 비슷한 게 왔다고 해야하나... ( 드라마 권태기를 줄이면 드태기인가... 요즘 줄임말을 잘 몰라가지궁 퓨ㅜㅜㅋㅋ ) 그런데 '트웬티 트웬티'를 보면서 이 드라마들을 집필하는 작가가 궁금해질 정도로 다시 연플리의 작품들에 빠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역시 덕질은 뫼비우스의 띠 같아서 결국 돌고 도나보다 ㅎㅎ
서브남주 하준이의 약간 싸이코패스같은... 도를 넘는 집착과 애증의 마음이 20회차 한 번으로 끝나기엔 적어도 5회차 정도는 더 있어야 이토록 복잡한 그의 심리를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뭔가 웹드라마의 특성상 회차가 너무 길어져도 장르 특유의 간결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또 별로 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시즌2 어때요 작가님...? >_< 시즌2 안나오면 현기증 날 것 같아용....ㅋㅋㅋ
하준이가 학창시절에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고 해서 채다에게 하는 싸패적 집착이 납득되기는 힘들잖아요...? 처음엔 단순한 우정이었을 지, 아님 처음부터 사랑이었을 지... 거기까진 제가 하준이의 심리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순수한 애정이 아닌 것 같다. 그게 우정이든 사랑이든 간에... ㅠㅠ 아니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의 아주 좋은 예가 '트웬티 트웬티'의 서하준인 것 같은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남은 1회차 동안 하준이의 얘기가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전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궁금하니깐 마지막회차는 본방으로 봐야지 ㅎㅎ 지금까지 맨날 네이버TV로만 봐가지궁...ㅋㅋ 유튜브가 편하긴 한데, 네이버TV에서 1회차씩 선공개 하다보니 몰아서 보려면 어쩔 수 없이 네이버를 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다 보고 나서는 유튜브로 재방보는 건 안비밀...ㅋㅋ
그동안 맨날 티격태격만 하다 이제 막 찜질방에서 술먹고 뽀뽀한 보은(보현-예은)커플의 꽁냥꽁냥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보현이가 재수 성공 or 실패해서 재도전하는 향후 결과도 궁금해서 현기증 날 것 같당.
'트웬티 트웬티'는 네이버TV, V LIVE, 유튜브, 페이스북 총 4개의 플랫폼에서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에 방영하는데, 나도 포스팅을 작성하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jtbc에서 편성을 하는 드라마였다.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대본,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진 연플리 시리즈는 어느새 믿고 보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 시청자들이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납득할 만한 스토리텔링과 그것을 완벽히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기량,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영상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본방으로 트웬티 트웬티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오후 7시에 방영된다고는 하지만, 다음 회차 오픈이 5분 10분 조금 늦어져서 시청자들의 불만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회는 정시에 오픈되어 적어도 시간 관련한 불만사항은 조금 누그러들길 기대해 본다.
To. 연애플레이리스트 채널
요즘 코로나로 인해서 드라마 제작하는 환경 특성상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과 위생에 있어 연플리 관계자분들께서 신경써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실 것 같아요. 작품 하나만 해도 신경쓸 부분이 많으실 텐데,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정말 많이 고군분투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하지만 배우들을 포함한, 매니저, 코디분들 그리고 촬영팀을 비롯해서 드라마를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이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촬영을 마무리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연플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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